최근 우리 지역에 아이를 키우는 젊은 가정이 늘면서 지역 병원의 역할도 커졌다. 반가운 일이지만, 요즘 외래에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이 많다. 놀이터에서 놀다 쇄골이 부러졌을 뿐인데, 어른들처럼 금속판을 고정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겁에 질린 얼굴로 찾아오는 부모가 부쩍 늘었다.
사진 속 어긋난 뼈를 보면 당장 바로잡아 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고 싶다. 소아 쇄골 골절은 교과서적으로 대부분 수술이 필요하지 않으며, 불필요한 수술로써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정확하게는 99% 이상은 비수술치료로 전혀 문제 없이 회복되며, 이러한 치료법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표준 치료 지침이다.
소아 쇄골 골절의 수술 기준은 어른과 다르다. 어른은 뼈가 어긋나면 잘 붙지 않는 불유합 상태로 되거나 틀어진 채로 굳을 수 있어 수술을 원칙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아이는 아주 제한된 상황에서만 수술을 고려한다. 소아정형외과 교과서가 꼽는 기준은 네 가지다. 먼저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온 개방성 골절, 그리고 뼛조각이 신경이나 큰 혈관을 눌러 마비나 혈액순환 장애가 생긴 경우, 척수나 여러 장기를 함께 다쳐 빨리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경우, 뼈끝이 안에서 피부를 밀어 올려 피부가 변하며 괴사가 시작되는 경우다. 따라서 뼈가 많이 어긋났다거나 팔이 짧아 보일 것 같다든지 날개뼈의 이상으로 성장하면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든지는 전혀 수술의 대상이 아니며, 그런 후유증도 거의 없다.
그렇다면 쇄골 뼈는 어긋났는데도 왜 수술하지 않을까? 어른의 뼈가 마른 나무라면 아이의 뼈는 물오른 푸른 가지다. 팔걸이나 8자 붕대로 고정하는 비수술 치료를 첫 원칙으로 삼는 이유는, 자라면서 뼈가 스스로 모양을 다시 빚는 재형성 능력 때문이다. 쇄골이 2~3cm 이상 겹치거나 크게 휜 채로 붙어도, 성장하며 튀어나온 곳은 깎이고 모자란 곳은 채워져 곧은 모양을 되찾는다. 두껍고 혈액 공급이 풍부한 골막 덕분에 뼈진이 틈을 빠르게 메워, 뼈가 붙지 않는 불유합도 거의 없다. 다만 성장이 거의 끝난 청소년은 따로 판단한다. 그리고 손가락이나 다리뼈 등 성장판 손상을 동반한 골절은 쇄골과 달리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도 많다.
진료실에서 가장 힘든 일은 "수술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설득하는 일이다. 부러진 뼈 사진 앞에서 기다리면 된다는 말을 믿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치료하는 것은 엑스레이가 아니라 아이다. 휘어 보이던 어깨는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매끄러운 제 모습을 찾고, 아이는 아무 문제 없이 야구도 하고 수영도 하며 자란다. 과한 수술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일은 의사의 양심과 부모의 현명한 인내에 달려 있다. 억지로 맞춘 반듯한 모양보다 아이가 타고난 회복하는 힘을 믿고 조금만 기다려 주길 바란다. 아이의 뼈는 생각보다 훨씬 지혜롭다.
(*이 칼럼은 김동규 마디손병원 원장의 기고입니다.)